수해입은 北 공식요청에 제약協정품 지원키로

올해 초 한국제약협회는 북한 의약품 보급 실태를 절감할 수 있는 한 장의 공문을 받았다. 통일과 북한문제에 대한 연구하는 평화문제연구소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적십자로부터 받아 제약협회에 보낸 이 공문에는 북한이 처한 어려움이 구구절절이 묻어났다.

공문에는 남쪽에 사용기한이 끝나 폐기하려는 의약품을 북측으로 돌려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북측 의약품이 많이 부족해 주위 여러 쪽으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지만, 그래도 수없이 부족하다는 사정도 담겨 있었다. 특히 그 동안 남측에서 지원하는 상당품을 잘 사용하고 있으며 같은 나라, 같은 민족, 같은 체질이어서 북측 인민들에게도 잘 듣는다는 설명도 덧붙여졌다. 또한 북측이 많은 지원을 받고 있는 중국 약의 경우 북한 주민들의 체질에 맞지 않고 가까지 많이 골치도 아프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때문에 유효 기간이 지난 의약품으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문제를 북측에서 책임질 테니 유효 기간이 종료된 의약품도 보내주는 것을 논의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이에 제약협회는 북한 사정이 어렵지만 유통기한이 지난 의약품을 보낼 수는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정상 의약품을 지원하자는 의견을 모았다. 약제비 적정화 방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국내 제약사들이 위기 국면을 맞고 있지만, 제약산업의 사회적 역할을 다하고 최근 수해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 주민들을 외면할 수 없다는 입장에 따른 것이다.

일단 제약협회는 지난주 회원 제약사들에게 북한 지역 지원을 위한 의약품 협조 공문을 보냈다. 항생제, 소화제, 소염 진통제, 피부연구제, 안과용제, 살충제 등 이번 북한 지역 비 피해로 발생할 수 있는 수인성 전**과 관련된 의약품을 보내달라는 내용이었다. 이달 말까지 제약협회 지하 보관 창고로 모아지는 이번 의약품은 북한 수해 지원을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이번 북한 수해 지원을 위한 의약품 모집 뿐만 아니라 제약협회는 연간 50억원 안팎의 의약품을 북한 측에 꾸준히 공급해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제약협회가 직접 북측에 지원하는 형식은 아니지만, 협조를 요구하는 사회 시민 단체로부터의 요청에 응하고 있다. 올해 들어선 남북의료협력재단을 포함해 통일준비네트워크, 한민족의료지원평화재단, 통일연구원 등에게 의약품을 공급했다. 앞서 지난 2004년 북한 용천 폭발 사고 당시에도 제약협회는 26억원 정도의 의약품을 지원하기도 했다.

문경태 한국제약협회 부회장은 “우리나라에서 소비하는 연간 의약품 규모가 10조원 정도에 이르는 것을 감안할 때, 북측에 지원되는 50억원 정도의 의약품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국내 제약사들이 생산하는 의약품이 외교 사절 역할도 수행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국내 제약산업 발전을 위한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배려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박도제 기자(pdj24@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