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 폐기 때맞춰 인도적 차원 대북 식량지원하라"

[CBS정치부 정보보고]


▣ 남북의료협력재단 이사장 성명


북한의 핵 폐기에 때 맞춰 인도적 차원의 대북 식량지원을 위한 정부의 조속하고 과감한 결단을 촉구한다.

우리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날밤을 지새우고 있는 사이 북한 핵 문제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북한은 26일 지금까지 생산한 풀루토늄 양 등을 적시한 핵 신고서를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에 제출했다. 27일엔 핵 폐기 의지를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해 영변 원자로의 냉각탑을 CNN 방송 등이 생중계하는 가운데 폭파하는 ‘세기의 드라마’를 연출할 예정이다. 이에 화답하듯 미국은 북한의 테러지원국 해제 작업에 곧바로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남북당국 대화가 막혀 있는 가운데 북미간 화해무드만 고조되는 전형적인 ‘통미봉남(通美封南)의 모양새다.

물론 6자회담이 곧 재개되면서 우리 정부도 나름의 발언권을 가질 전망이다. 하지만 ‘비핵 개방 3000(북한이 비핵화하고 개방하면 10년안에 1인당 국민소득 3000달러가 되도록 만들겠다)’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며 북핵 폐기에 적극적 의욕을 보였던 이명박 정부의 입장에선 이 국면에서 좀 더 과감한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

현재 북한이 처한 식량난 지원에 우리가 대승적 차원에서 조속히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대북지원단체들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재해가 심했던 황해남북도에서만 하루에 한 이(里) 동(洞)에서 2~3명의 아사자가 발생하고 이것이 북한 전역 4500개 이, 동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한다. 지난 1990년대 중반의 비극적인 식량난이 북한에서 재연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안타까운 사연을 접하고 우리 사회 종교 및 사회지도자들은 벌써 여러 차례 북한 아사자 방지를 위한 정부의 대북 식량지원 등을 공개적으로 호소해왔다. 특히 ‘좋은 벗들’의 법륜스님은 26일자로 32일째 단식이라는 극단적 수단까지 동원, 정부의 인도적 대북 식량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나 또한 지난 10일 남북의료협력재단이 주최한 ‘남북의료협력정책 세미나’에서 “북한의 식량난이 심각하다고 판단되면 정부당국이 즉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 “사람의 인권에서 가장 기초적인 것인 바로 먹는 문제이고, 자존심만 앞세운 북한 당국의 침묵과 ‘선 요청, 후 검토’라는 원칙만 고수하려는 우리 정부간의 힘 겨루기가 자칫 북한 동포의 희생만 키울 우려가 크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후 법륜스님과 정부 고위급 인사와 면담을 주선하는 등 나름대론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하기도 했지만 역부족을 실감하고 있는 터였다.

그러나 북한이 핵 폐기의 몸짓을 선명히 하고 있는 마당에 이제 더 이상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일각에선 북한이 제출한 핵 신고서를 철저히 검증한 뒤 식량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이는 인도주의와 동포애를 망각하고 오로지 북한을 전략적 셈법으로 대하겠다는 시대착오적 사고에 불과하다.

중앙일보의 김영희 국제문제 대기자도 며칠전 칼럼을 통해 “죽어가는 (북한) 동족을 살리는 식량지원만은 (정치적 셈법을 제외한) 정민(政民)분리로 가야한다”면서 ‘네 원수가 주리거든 먹이고, 목마르거든 마시우라’는 신약성서 로마서(12:20)의 예수님 말씀을 인용하기도 했다.

어쩌면 우리 정부의 과감한 선제적 대북 식량지원은 북핵 폐기 국면에서의 잃어버렸던 주도권을 되찾게 해주는 지렛대 노릇을 할 공산도 없지 않다. 다행히 정부는 ‘비핵개방 3000’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까지 아무 것도 안한다는 뜻은 아니다는 입장이다. 홍양호 통일부 차관은 지난 20일 한 강연에서 ‘비핵개방 3000’과 관련, “(북) 핵이 폐기되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핵문제 진전에 따라 보조를 맞춰 남북관계를 해가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더 이상 대북 식량지원을 주저할 이유가 무엇인가.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북측을 설득하여 빠른 시일 내에 우선 최소 20만톤의 식량을 지원할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시동 걸린 북한 핵 폐기 움직임에 박차를 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남북간 신뢰도 회복할 수 있는 지금이 대북 식량지원을 위한 최적의 타이밍이다.

2008년 6월 27일 남북의료협력재단 이사장 국회의원 정의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