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인 5월, 국회에서는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고 이들의 목소리를 듣는 토론회, 세미나가 여럿 열렸다. 미혼모와 한부모 가정, 학교 밖 청소년, 고령 노동자 등의 상황을 진단하고 지원 정책을 내놓겠다는 취지에서다. 한편 정의화 국회의장은 남북관계 경색을 풀기 위한 돌파구로, 보건의료 분야 협력에 대해 논의하는 남북한 보건의료 협정을 위한 국회 세미나를 열었다.

남북한 보건의료 협정을 위한 국회 세미나

"남북이 상호 교류하고 협력해서 하나의 일치된 나라로 나아가기 위해 남북 의료지원이 매우 중요하다."
- 정의화 의장

정의화 국회의장은 5월 4일 ‘남북한 보건의료 협정을 위한 국회세미나’를 열었다. 이번 세미나는 현재 꽉 막힌 남북관계의 경색을 풀기 위한 돌파구로, 북한이 가장 필요로 하는 보건의료 분야 협력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에 대한 국회의 적극적인 역할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정의화 의장은 이날 “독일이 통일된 지 25주년이 되었는데 통일 16년 전 동·서독 의료협정이 이루어지면서 서로 간의 원활한 교류가 시작됐다”며 “남북이 상호 교류하고 협력해서 하나의 일치된 나라로 나아가기 위해 남북 의료지원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장은 이어 “제가 7년 전 북한 30곳에 30개의 소규모 병원을 세우자는 취지로 30-30 운동을 시작하면서 남북한의료협력재단을 만들었다. 현직에서 물러나면 의사로서 북한 의료지원에 열과 성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올해 안으로 남북한 보건의료 협정이 체결되도록 노력할 것”이라면서 “제가 곧 남북국회의장회담을 제안할 생각인데, 그 회의에서도 의료협정이 제일 먼저 다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조연설을 한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독일 통일에서 보듯 정부 차원에서의 협정 체결이 먼저 진행돼야 한다고 본다”며 “구체적 사안에 대해서는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토론회에 참석한 각계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협정안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이를 성사시켜야 할 정부의 책임을 강조했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윤석준 교수는 “지난 2007년 남북한보건의료협력 합의서를 근간으로 보다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남북한 보건의료협정안 채택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제5회 싱글맘의 날 기념 컨퍼런스-아동양육 사각지대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다

"아동의 원래 가정 분리를 예방하기
위한 양육비 지원체계 개편이 필요하다."
- 김희경 세이브더칠드런 부장

신경림 의원(새누리당)·남인순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5월 11일 국회에서 ‘아동양육 사각지대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다’라는 주제로 제5회 싱글맘의 날 기념 컨퍼런스를 열었다. 미혼모·한부모·해외입양인 등이 주축이 된 시민사회 단체들이 ‘싱글맘의 날’로 정한 이날 양육 사각지대에 있는 싱글맘들의 상황을 직접 듣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는 미혼모들의 고충이 쏟아졌다. 참석자들은 “경직된 지원 정책 때문에 정작 필요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참석자는 경제활동을 시작하기 위해 저소득 취업 애로계층 대상 취업지원프로그램인 ‘취업성공패키지’에 참여했지만 프로그램 이수 후 무조건 주 30시간 이상 근무 가능한 곳에 취업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큰 고민에 빠졌다고 했다. 혼자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주 30시간 근무를 하게 되면 정상적인 양육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적 차별을 호소하는 미혼모도 적지 않았다. 거주지의 동사무소에 지원을 신청하러 갔을 때도 한 사회복지사로부터 “결혼도 안 했으면서 애는 왜 낳았느냐. 굳이 낳았으면 본인이 키우지, 나랏돈은 왜 쓰냐”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소라미 변호사는 “국가인권위원회법 등에서 혼인 여부, 임신 또는 출산을 이유로 고용 등에서 불리하게 대우하는 걸 차별행위로 규정하고 있다”면서 “법과 현실의 괴리를 좁혀 나갈 수 있는 정책적 개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희경 세이브더칠드런 권리옹호부장은 “우리 사회는 미혼모 지원, 입양 가정 지원 등을 비교할 때 아이를 ‘직접 키우기’보다 ‘버리기’를 권하고 있다”면서 “아동의 원래 가정 분리를 예방하기 위한 양육비 지원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학교 밖 청소년 지원을 위한 정책토론회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제대로 된
지원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청소년을 학교 안과 밖으로 구분하는 인식부터 버려야 한다."
- 김차연 변호사

매년 전국에 6만~7만여명의 ‘학교 밖 청소년’이 생겨나는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강은희 의원(새누리당)은 5월 8일 ‘학교 밖 청소년 지원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학교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사회 위험에 노출된 청소년들의 지원 방안 등을 논의했다.
공익법재단 동천 김차연 변호사는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제대로 된 지원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청소년을 학교 안과 밖으로 구분하는 인식부터 버려야 한다”며 “2013년 ‘학교 밖 청소년법’이 발의되자, 학교 밖 청소년들이 오히려 법률안을 폐기해달라며 선언문을 발표한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학교 밖 청소년의 발생원인은 학교에 부적응한 청소년에게 있는 게 아니라, 청소년에 부적응한 학교에 있다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형수 루터대 교수는 발제문을 통해 “학업중단청소년 학업복귀 강화 프로그램의 실질적인 효과는 제한적”이라며 “학업중단 청소년들이 처한 환경을 고려한 효과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여성가족부 측은 “전국에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 200개소를 지정·운영해 진로 상담부터 실효성 있는 직업교육, 건강검진 및 사회관리 등 촘촘한 지원을 펼칠 것”이라면서 지원센터가 ‘학교 밖 청소년’이 필요한 지원 연계를 위한 허브기관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학업 중단 학생이 많이 발생하는 458개 고등학교를 교육복지 우선지원 학교로 선정, 교육복지사를 배치하고 학업 중단 예방 프로그램을 가동할 계획이라고 여성가족부는 밝혔다.
또 직업 체험 등 기존 학업 중단 숙려제 프로그램을 내실화하고 자퇴신청을 하지 않았어도 출석률 등을 감안해 학업 중단 위기학생으로 판단되면 숙려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할 계획이다.

노인경제 활동 참여 촉진 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

"노동시장 전반에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노인 노동시장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김재호 연구원

노인 일자리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가 국회에서 열렸다. 5월 7일 ‘아이 키우기 좋은 대한민국 만들기와 저출산고령화 극복을 위한 국회의원 연구모임’(공동대표 양승조·민병주 의원,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은 노인 인구의 경제활동 현황을 분석하고 ‘미래 노인’ 인구의 경제활동 방향을 제시하고자 이번 토론회를 열었다고 밝혔다.
양승조 의원은 “근래에 ‘노인 4고’라 하여, 병고, 빈고, 고독고에 추가적으로 ‘노인의 사회적 역할 부재’가 문제점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노인의 사회적 역할 부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노인 일자리 마련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한국노동연구원 신현구 박사는 ‘우리나라 중고령자 노동시장 참여와 실태’라는 발제문에서 △(중고령자의) 고용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 △고용안정망을 포함한 사회안전망의 확충 △고용가능성을 높이는 인프라 구축 △교육훈련 체제의 구축 등을 시급한 문제로 꼽았다.
토론자로 나선 김재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원은 “전체 노동시장의 상황이 열악한데다 청년(20~24세) 고용률이 계속 떨어지는 상황에서 노인 일자리에 대한 논의는 자칫 세대간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며 “노동시장 전반에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노인 노동시장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정책적 우선순위를 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기자전거 이용 활성화를 위한 전문가 토론회

"전기자전거 이용의 저변 확대를 위해 국민들의 인식과 차이가 있는
법·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 신희철 연구위원

친환경 개인 이동 수단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전기자전거. 그러나 전기자전거는 자전거 도로를 달려선 안 된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이륜자동차에 해당하기 때문. 강창일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5월 13일 ‘전기자전거 이용 활성화를 위한 전문가 토론회’를 열었다.
강 의원은 2012년 11월 ‘최대 출력 330와트 미만과 최대 전압 48볼트 이하, 최고속도 시속 30킬로미터 이하’로 전기자전거 성능을 제한하는 이른바 ‘자전거법’(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수정안을 제시한 바 있다.
토론회에 참석한 신희철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전기자전거는 전 세계적으로 연간 4천만대 이상 판매될 정도로 인기가 높지만 우리나라는 법률상의 미비로 자전거라고 할 수 없는 실정”이라며 “도시에서 자동차를 대신하는 전기자전거 이용의 저변 확대를 위해 국민들의 인식과 차이가 있는 법·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남식 삼천리자전거 연구소장은 “전기자전거의 주요 구매층이 노약자나 여성이 많다”며 “법률이 정비돼 전기자전거 이용이 활성화되면 연간 9만대의 국내 판매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강창일 의원은 “신재생에너지산업과 더불어 성장하는 전기자전거의 활성화를 위한 대안과 활로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비용과 원가주의를 반영한 전기요금 체계 개편 정책토론회 지역 "역차별 문제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발전소 주변지역에 대한 환경피해 보상을 현행보다 강화해야 한다."
- 강광규 선임연구위원5월 12일 김동완 의원(새누리당)과 박완주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충청남도와 공동으로 ‘사회적 비용과 원가주의를 반영한 전기요금 체계 개편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서는 전기를 생산하며 환경파괴 등의 피해를 입는 발전소 지역의 사회경제적 비용을 전기요금에 반영하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참석자들은 “국내 전력공급체계는 비수도권 생산, 수도권 소비라는 중앙집중형 원거리수급 구조를 갖고 있다”면서 “발전소가 들어선 지역은 대기오염, 발전 온배수 해양 배출, 송전선로 등 환경과 사회경제적 피해를 입지만 전기를 사용하는 수요지역과 동일한 가격을 내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인희 충남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역에 위치한 발전 및 송변전 설비가 유발하는 피해를 정확하게 산정하여 이에 상응한 보상을 요구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강광규 선임연구위원도 “환경오염의 사회적 비용 및 송전손실 등을 고려할 경우 전력의 생산원가가 지역별로 다르기 때문에 이를 반영해 전력요금도 지역별로 차등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지역 역차별 문제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발전소 주변지역에 대한 환경피해 보상을 현행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령화 사회에서의 공무원연금 개혁’ 세미나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은 여러 상황이 매우 어렵고 시간도 촉박한 최악의
조건 속에서 합의를 이뤄낸 것이다."
- 김무성 대표

국회 퓨처라이프포럼(공동대표 김무성·원혜영·심상정 의원)은 5월 13일 공무원 연금 개혁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가 발제를 맡았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는 “2009년 개혁과 비교할 때 이번 개혁안은 30년 기준 재정절감 효과가 4.5배 정도인 고강도 개혁”이라며 “현행 1.9%인 지급률을 1.7%로 당장 내려봐야 약 12조원 차이가 난다. 이번 개정안을 통해 총 333조원의 재정절감 효과를 얻는 대신 공무원들의 충격 완화를 위해 12조원 정도도 양보하지 못한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김무성 대표는 “국민에게 약속드린 지난 6일 (개혁안을) 처리하지 못한 데 대해서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은 여러 상황이 매우 어렵고 시간도 촉박한 최악의 조건 속에서 합의를 이뤄낸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국회규칙 명기 여부에 대해서는 “완전히 별개인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놓고 옳으냐 그르냐 하는 게 얼마나 허망한 일인지 답답하다”고도 했다. 또, 김 대표는 “야당이 주장하는 소득대체율 50% 인상은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정리 박민선